명절은 가족에게 즐거운 시간이자, 동시에 큰 스트레스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감정의 변화가 크고 예민한 시기의 사춘기 자녀에게는 명절이 의무와 간섭, 긴장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도 준비할 일이 많아 감정의 여유가 부족하다 보니, 자녀와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곤 하죠. 이 글에서는 사춘기 자녀가 겪는 명절 스트레스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 스트레스를 부모와 함께 건강하게 풀어가는 방법을 ‘공감’, ‘루틴’, ‘표현법’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공감: 스트레스를 인정해주는 태도
명절 스트레스를 해결하려면 먼저 자녀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춘기 자녀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표현하더라도 짜증, 무기력, 과도한 반항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명절인데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반응하기보다는 “지금 좀 힘들지?”,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처럼 감정을 읽어주고 묻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특히 친척들과의 관계, 성적에 대한 질문, 외모나 행동에 대한 비교는 사춘기 자녀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또 공부 얘기하겠지”, “그 집 누구는 뭐 했다더라” 같은 말들은 자녀를 불안하게 만들고, 가족 모임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이럴 땐 부모가 먼저 방패막이가 되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질문은 우리 아이에게 부담될 수 있어요”라는 식의 중재는 자녀에게 큰 신뢰를 심어주며, ‘우리 부모는 내 편이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공감은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루틴: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상 유지법
명절이 되면 평소의 루틴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늦잠, 불규칙한 식사, 장시간의 친척 방문 등은 사춘기 자녀에게 신체적·정서적 피로감을 동시에 유발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상의 흐름을 일정 부분 유지해주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크게 완화됩니다.
예를 들어, 명절 아침에도 자녀가 평소 먹던 식사 메뉴를 준비해주거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그대로 유지하게 하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만 명확히 정해두는 식의 균형 있는 루틴 조절이 필요합니다.
또한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명절 중간에 끼워 넣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 오전엔 가족끼리 인사하고, 오후엔 네가 좋아하는 영화 한 편 보자”처럼 자율성과 일상의 흐름을 보장해주는 스케줄은 사춘기 자녀의 자기 주도감을 회복시켜줍니다.
명절이라고 무조건 전통과 가족 중심으로만 구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의 일상 루틴을 존중하는 명절이 오히려 가족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표현법: 감정을 터놓는 대화의 기술
명절 스트레스는 결국 감정 표현의 부재에서 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춘기 자녀는 속에 감정을 쌓아두는 경향이 크고, 부모 역시 “말 안 해도 알겠지”라는 기대감으로 대화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명절처럼 예민한 시기일수록 일부러라도 표현하고 나누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먼저 부모가 솔직한 감정을 표현해보세요. “사실 나도 이번 명절 좀 부담스러워”라는 말은 자녀에게 감정을 나눠도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이런 진솔한 분위기 속에서 자녀도 “나는 이번에 ○○ 때문에 좀 힘들었어”처럼 말문을 열게 됩니다.
또한, 감정을 말로 하기 어려운 자녀라면 글쓰기, 그림, 간단한 메모 등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오늘 기분은 어땠는지 한 문장만 적어볼래?” 같은 가벼운 표현 요청도 감정을 밖으로 꺼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감정을 표현했을 때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자세입니다. 아이가 힘들다고 말할 때 “그건 별거 아니야”라고 넘기기보다는 “그럴 수 있지, 네 입장에선 그게 큰일일 수 있겠다”는 식의 반응이 자녀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줍니다.
사춘기 자녀의 명절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지만, 건강하게 풀어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공감으로 감정을 인정하고, 일상의 루틴을 유지하며, 감정을 터놓을 수 있는 대화를 통해 자녀는 명절을 부담이 아닌 자연스러운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번 명절, 사춘기 자녀의 감정에 먼저 귀 기울이고, 작지만 깊은 소통을 시도해보세요. 그것이 명절의 진짜 의미를 되살리는 첫걸음입니다.